이란 전쟁이 터진 이후로 사실상 막혀 있던 호르무즈해협을 일본 LNG선과 프랑스 선박이 처음으로 통과했다. 뉴스 헤드라인만 보면 "드디어 뚫렸구나" 싶은데, 찾아보니 이게 단순한 물류 재개가 아니더라. 이 통과를 성사시키기 위해 관련국들이 물밑에서 벌인 외교전이 꽤 흥미롭고, 특히 일본 국내에서 자위대 해외 파견 논의까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형 유조선이 해협을 지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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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이 왜 중요하냐면,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이 좁은 물길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폭이 가장 좁은 구간은 50km도 안 된다. 여기가 막히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체가 흔들린다. 이란 전쟁 이후 이 해협의 안전 통행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쳤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직격탄을 맞아왔다. 그래서 이번 첫 통과가 "배 한 척 지나갔다"를 넘어서, 중동 정세의 국면 전환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거다.

호르무즈해협 첫 통과,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나

이번에 호르무즈를 통과한 건 일본 LNG선과 프랑스 선박이다. 전쟁 이후 주요국 상선이 이 해역을 실제로 지나간 첫 사례라는 점에서, 단순한 물류 이벤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일본 LNG선이 포함됐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LNG는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배로 운반하는 구조라 해상 항로가 막히면 대체 경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 선박이 함께 통과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는 중동 해역에 해군 기지를 보유하고 있고, 역사적으로 이 지역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유지해온 나라다. 프랑스 선박의 통과는 유럽 쪽에서도 호르무즈 항로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이번 통과가 관련국 간의 사전 합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밀어붙인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 부분이 향후 추가 통과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이 될 거다.

일본 자위대 파병 논의, 에너지 안보가 군사 전략으로 이어지는 구조 (자위대, 헌법 9조)

일본 도쿄 도심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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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입장에서 호르무즈해협은 생존의 문제다. 일본은 에너지 자급률이 극히 낮고, LNG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에 호르무즈를 통과한 것도 일본 LNG선이었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이 항로 확보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이 통과를 계기로 일본 국내에서 자위대 해외 파견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는 점이다. "선박이 한 번 통과했다고 안전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항로를 지속적으로 보호하려면 자위대가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일본은 이미 2019~2020년에 중동 해역에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파견한 전례가 있는데, 이번에는 그때보다 훨씬 강경한 톤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일본 내 여론이 한 방향으로 쏠린 건 아니다. 자위대 해외 파견은 일본 헌법 9조(전쟁 포기 조항)와 늘 충돌하는 민감한 이슈이고, "에너지 안보를 명분으로 군사 활동 범위를 넓히려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에너지 수급이 직접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는 쪽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이 에너지 안보를 군사적 역할 확대의 명분으로 활용하는 패턴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건 단순히 중동 이슈에 그치는 게 아니라, 동아시아 안보 구도에도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는 흐름이다.

국제유가와 에너지 공급망, 한 번의 통과로 바뀌는 건 뭘까

정유 시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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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 통과 소식이 의미 있는 이유는 결국 에너지 공급망과 유가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해협이 막혀 있는 동안 중동산 원유와 LNG의 물류 비용은 크게 올랐고, 보험료만 해도 전쟁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뛰었다. 선박들이 호르무즈를 우회해서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Cape of Good Hope)까지 돌아가야 했으니, 운송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난 셈이다.

이번 통과가 만약 지속적인 항로 재개의 시작이라면, 에너지 운송 비용 정상화에 긍정적인 신호다. 유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이번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면, 시장은 오히려 "한 번 되긴 됐는데 지속성이 없구나"라는 실망감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

예전에 비슷한 상황을 본 적이 있다. 수에즈운하가 일시적으로 막혔을 때도 "곧 뚫린다"는 뉴스에 유가가 잠깐 내렸다가, 실제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다시 올랐다. 항로 관련 이슈는 "통과했다"는 팩트보다 "앞으로도 계속 통과할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그때 배웠다.

코스피 반등과 에너지·방산 섹터 흐름 (KODEX 방산, KODEX WTI원유선물)

이번 호르무즈 통과 소식과 맞물려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4월 4일 기준 코스피는 5,377.30으로 143포인트 넘게 상승했고, 코스닥도 1,063.75를 기록하며 7포인트 이상 올랐다. 중동 리스크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수급 불안이 완화되면 가장 직접적으로 수혜를 보는 건 정유·화학 업종이다. 원유 조달 비용이 내려가면 정제 마진(원유를 사서 석유 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데서 나오는 이익)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방산주는 중동 긴장이 지속될수록 관심이 높아지는 섹터인데, 지금처럼 "통과는 됐지만 안전이 보장된 건 아닌" 애매한 국면에서는 양쪽 다 변동성이 클 수 있다.

증권사 전광판 앞을 지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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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섹터에 관심이 있다면 개별 종목의 변동성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KODEX 방산이나 TIGER 방산 같은 ETF도 눈여겨볼 만하다. 유가 흐름에 베팅하고 싶다면 KODEX WTI원유선물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원유선물 ETF는 롤오버 비용(만기가 다가온 선물 계약을 다음 달 계약으로 교체할 때 생기는 비용)이 있어서 장기 보유에는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은 알아두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호르무즈 통과 한 번으로 중동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안전 통행이 보장되려면 관련국 간 외교적 합의든 군사적 호위든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데, 그게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시장 반응도 달라질 거다.

앞으로 지켜볼 두 가지

첫 번째는 호르무즈해협의 안전 통행이 일회성인지, 지속 가능한 것인지 여부다. 향후 몇 주 안에 추가 상선 통과가 이어지는지가 핵심 지표가 된다. 추가 통과가 계속된다면 에너지 운송 비용 정상화와 유가 안정에 대한 기대가 커질 것이고, 반대로 이번이 마지막이었다면 시장의 실망 매물이 나올 수 있다.

두 번째는 일본의 자위대 파병 논의가 실제로 어디까지 진행되느냐다. 만약 일본이 실제로 호르무즈 인근에 자위대를 파견하게 되면, 이는 단순히 중동 해역 방어를 넘어 동아시아 안보 질서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는 미일동맹 강화의 맥락에서 읽히기도 하지만, 주변국 입장에서는 경계할 수밖에 없는 움직임이다.

결국 호르무즈해협 하나를 놓고 에너지 안보, 국제 외교, 군사 전략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중동 정세는 에너지 가격, 환율, 방산주 등 여러 경로로 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외교 뉴스라고 넘기지 말고 흐름을 계속 챙겨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