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 종부세 세율 구간 재편 등 굵직한 변화가 예고되면서 "세금 폭탄 맞기 전에 정리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다주택자 사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동시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 다주택자 세제 완화 흐름도 이어지고 있어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 지금 파는 게 나은 사람과 버티는 게 나은 사람이 꽤 뚜렷하게 갈린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종부세 세율, 무엇이 달라지나
보유세는 크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로 나뉜다. 이번 개편 논의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이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 대비 어느 수준까지 반영되느냐에 따라 세금 산정의 기준 자체가 달라진다. 현실화율이 올라가면 같은 집을 갖고 있어도 과세 기준액이 높아지므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둘째, 종부세 세율 구간 변경이다. 현재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중과세율을 조정하거나, 과세 기준 금액(공제액)을 손보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과세 기준이 높아지면 종부세 대상에서 빠지는 사람이 생기고, 반대로 세율이 올라가면 대상자의 부담은 커진다. 개편 방향에 따라 수혜자와 피해자가 정반대로 갈릴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양도세 중과 유예 논의까지 맞물려 있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기본세율에 추가로 붙는 세율)를 한시적으로 유예해주는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유예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매도 시 세금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에, 매도 타이밍을 잡는 데 있어 핵심 변수가 된다.
다주택자 매도 vs 보유, 유불리 갈리는 기준
모든 다주택자에게 동일한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보유 채수, 보유 지역, 시세 구간에 따라 유불리가 갈린다.
버티기가 유리할 수 있는 조건부터 보자. 보유 물건이 조정대상지역 해제 가능성이 있는 곳에 위치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양도세 중과 자체가 빠지기 때문에, 굳이 지금 서둘러 팔 필요가 줄어든다. 또한 공시가격이 종부세 과세 기준 근처에 걸쳐 있는 경우, 개편 방향에 따라 과세 대상에서 아예 빠질 수 있으므로 확정안을 지켜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면 지금 정리가 유리한 조건도 있다. 양도세 중과 유예가 적용되는 동안 매도하면 세금 차이가 수천만 원 단위로 벌어질 수 있다. 유예 기한이 종료되고 나면 같은 매도 차익에 훨씬 높은 세율이 적용되므로, 이미 상당한 시세 차익이 쌓인 물건을 보유하고 있다면 유예 기간 내 정리를 검토할 만하다. 특히 고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경우, 보유세 개편으로 연간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매도 후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쪽이 총 세금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정리하면, 보유세 인상폭보다 양도세 절감폭이 더 큰 사람은 파는 게 낫고, 조정지역 해제나 과세 기준 변경으로 보유세 자체가 줄어들 여지가 있는 사람은 기다리는 게 낫다는 구도다.
증여·법인전환·임대등록, 매도 외 대안의 함정
매도만이 선택지는 아니다. 증여, 법인 전환, 임대사업자 등록 등 대안 전략이 있지만, 각각 함정이 있다.
증여는 대표적인 절세 수단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수증자(받는 사람)가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이므로 취득세가 발생하는데, 다주택 상태에서의 증여는 취득세 중과가 적용될 수 있다. 증여세를 아끼려다 취득세에서 오히려 더 큰 비용이 나오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한다. 증여 후 일정 기간 내 매도 시 취득가액이 증여 당시 기준으로 산정되므로, 향후 매도 계획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법인 전환도 마찬가지다. 개인 명의 부동산을 법인으로 넘기면 보유세 부담 구조가 달라지지만, 법인 취득세 중과(현행 기준 상당히 높은 세율)라는 벽이 있다. 법인 보유 부동산에 대한 종부세 역시 개인과 다른 세율 체계가 적용되므로, 단순히 "법인으로 돌리면 세금이 줄어든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법인 운영 비용과 향후 배당·처분 시 세금까지 통합적으로 계산해야 실질적인 유불리가 나온다.
임대사업자 등록은 과거에 비해 세제 혜택이 축소된 상태다. 의무 임대 기간 등 제약 조건이 있고, 등록 후 중도 매각 시 혜택 환수 문제도 있으므로 장기 보유 의사가 확실한 경우에만 검토 대상이 된다.
어떤 전략이든 단일 세목만 보고 판단하면 함정에 빠지기 쉽다. 양도세를 줄이려다 취득세에서 손해 보고, 보유세를 줄이려다 증여세에서 손해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체 세금의 합계로 비교해야 실질적인 절세가 된다.
개편안 확정 전 지금 할 수 있는 세 가지 (홈택스 시뮬레이션·포트폴리오 점검·리츠 ETF)
보유세 개편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확정 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첫째, 보유세 시뮬레이션이다. 국세청 홈택스나 각종 부동산 세금 계산 서비스를 통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현행 유지될 때와 상향될 때 각각의 보유세 차이를 미리 계산해볼 수 있다. 시나리오별 세금 차이를 숫자로 확인해두면 개편안 확정 후 판단이 빨라진다.
둘째, 부동산 포트폴리오 전체 점검이다. 보유 물건별로 시세 차익 규모, 보유 기간, 소재 지역의 규제 상태를 정리해두면 개편안이 나왔을 때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세무사 상담 시에도 이런 정리가 되어 있어야 구체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셋째, 직접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이 부담스럽다면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 ETF를 통한 간접 투자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보유세 이슈에서 자유로우면서 부동산 시장 흐름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핵심은 결국 "내 상황"이다. 같은 다주택자라도 보유 채수, 지역, 시세 구간, 향후 계획에 따라 최적의 전략이 완전히 달라진다. 개편안이 나오기 전이라고 손 놓고 있을 일은 아니다. 시뮬레이션과 포트폴리오 점검은 지금 당장 할 수 있고, 그 준비가 되어 있어야 개편안 확정 후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