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대출이 안 되면 제2금융권으로, 거기도 막히면 P2P로. 그동안 대출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자금이 빠져나가는 '풍선효과'의 마지막 종착지가 P2P 대출이었다. 그런데 4월 2일부터 이 마지막 우회로마저 막혔다. 금융당국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흔히 P2P 금융이라 부른다)의 주택담보대출에도 LTV(담보인정비율, 집값 대비 대출 가능 비율) 규제를 정식으로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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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안 되면 P2P로, 그 구조가 뭐였나

P2P 대출은 은행 같은 전통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이 돈을 빌려주고 싶은 투자자와 돈이 필요한 차주를 직접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중간에 은행이 빠지니 심사 기준이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은행에서 거절당한 사람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이게 규제의 사각지대였다는 점이다. P2P 금융은 법적으로 '플랫폼 중개 영업'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은행이나 보험사, 저축은행 등에 적용되는 LTV·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 같은 대출 규제 대상에서 쭉 빠져 있었다. 쉽게 말해, 은행에서는 집값의 40%까지만 빌려주는데 P2P에서는 그런 제한 없이 대출이 가능했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권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P2P 쪽으로 자금이 흘러들었다. 실제로 P2P 대출 시장은 연 4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빠르게 커져왔다. 물론 금리는 은행보다 훨씬 높지만, 대출 자체가 안 되는 것보다는 비싸더라도 빌릴 수 있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거다.

이번에 바뀐 것, 구체적으로 뭔가

금융 서류와 계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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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확정된 이번 규제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P2P 주택담보대출에도 LTV 규제가 정식 적용된다. 무주택자 기준으로 규제지역(서울·경기 일부 등)에서는 집값의 40%, 비규제지역에서는 70%까지만 대출이 가능해졌다. 은행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다.

둘째, 주택 가격 구간별로 대출 한도가 새로 생겼다. 15억 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 원, 15억~25억 원은 최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 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이 역시 기존 은행권 규제와 보조를 맞춘 것이다. 시행은 4월 2일부터 행정지도 방식으로 즉시 적용됐다.

다만 DSR 규제까지 P2P에 확대 적용하는 건 "시장 상황을 고려해 향후 발표"로 미뤄졌다. 일단 LTV부터 틀어막고, DSR은 다음 카드로 남겨둔 모양새다.

P2P 풍선효과, 실제로 얼마나 컸을까

여기서 좀 의외인 건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월 한 달간 전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이 3조 원 증가했는데, P2P 금융은 167억 원 증가에 그쳤다"며 풍선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3조 원 대비 167억 원이면 비중으로 따지면 0.5%도 안 되는 수준이다.

거래소 전광판을 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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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투업 전체 대출에서 부동산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6월에 48%였던 부동산 대출 잔액 비중이 올해 3월 말에는 33%로 내려왔다. 숫자만 보면 P2P가 대출 우회의 핵심 통로였다고 보기엔 규모가 작다.

그런데도 규제를 도입한 건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구멍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구멍이라도 열려 있으면 물은 거기로 흐른다. 지금은 167억 원이지만, 다주택자 대출 연장 금지(4월 17일 시행)까지 겹치면 우회 수요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실제로 다주택자 만기연장 금지 조치는 약 1만 7,000가구, 4조 1,000억 원 규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금 중 일부라도 P2P 쪽으로 몰릴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편법 대출, 이미 적발 건수가 말해준다

이번 규제의 배경에는 그동안 쌓여온 편법 대출 문제도 있다. 2021년 이후 적발된 편법 대출 사례를 보면, 사업자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 등 다른 용도로 유용한 건이 127건에 587억 5,000만 원, 가계대출 약정을 위반한 건이 2,982건에 달한다. 은행에서 막히니 사업자 대출로 돌려서 집을 사고, 약정과 다른 용도로 돈을 쓰는 식이었던 거다.

처벌 수위도 올라갔다. 1차 적발 시 3년간, 2차 적발 시 최대 10년간 전 금융권 신규 대출이 제한된다. 한 번 걸리면 3년, 두 번이면 10년 동안 어디서도 대출을 못 받는다는 건 꽤 강력한 제재다.

진짜 걱정은 그다음이다

어두운 거리의 금융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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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P2P마저 막히면 자금이 어디로 흘러갈 것이냐는 문제다. 업계에서는 일부 수요가 사채나 대부업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양지에서 빌리지 못하면 음지에서 빌리게 되는 건 대출 시장의 오래된 패턴이다.

물론 금융당국도 이 점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조치에서 기존 만기연장 대출에는 강화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유예 조치를 포함한 것도, 기존 차주들이 갑자기 벼랑 끝에 몰리는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무주택자에게는 세입자가 있는 주택 매수 시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까지 유예하는 등 일부 숨통을 틔워주기도 했다.

결국 이번 P2P LTV 규제는 가계부채라는 큰 판에서 마지막 남은 빈틈을 메우는 작업이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패턴을 이번에는 끊을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우회로가 생겨날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대까지 오른 상황에서, 대출 길이 막힌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가 이번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 같다. 지켜볼 포인트는 두 가지다. 4월 17일 다주택자 만기연장 금지 시행 이후의 자금 흐름, 그리고 P2P 업체들의 대출 잔액 변화 추이. 이 두 숫자가 풍선효과가 진짜 막혔는지를 말해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