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7% 가까이 내야 하고, 돈을 맡기면 2%대 이자를 받는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격차, 즉 예대금리차(은행이 대출로 받는 이자와 예금으로 주는 이자의 차이)가 눈에 띄게 벌어지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이 차이는 곧 수익이지만, 가계 입장에서는 빌리는 사람도 맡기는 사람도 불리한 구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배경을 뜯어보면 단순히 "은행이 욕심을 부린다"로는 설명이 안 된다.
주담대 7% 턱밑, 예금 2%대 정체의 현실
서울파이낸스 보도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에 바짝 다가선 반면, 예금금리는 2%대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 간극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1억 원을 대출받으면 연간 약 700만 원 가까운 이자를 내야 하지만, 같은 1억 원을 예금하면 돌아오는 이자는 200만 원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것 자체는 늘 있는 일이다. 은행의 기본 수익 모델이 이 차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폭이 최근 들어 유독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자의 부담은 커지는데 예금자의 보상은 제자리걸음이니, 양쪽 모두에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은행이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는 구조적 원인 세 가지
첫째, 조달비용 구조의 변화다.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경로는 예금만이 아니다.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이 발행하는 단기 금융 상품) 등 시장성 수신도 주요 조달원이다. 시장금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입장에서는 굳이 예금금리를 높여 고비용 자금을 끌어올 유인이 크지 않다. 예금 조달 비용을 낮게 유지하면서 대출금리에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얹어 올리면, 자연스럽게 마진이 넓어진다.
둘째, 건전성 규제와 수익성 방어 압력이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6%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대출 총량을 줄이는 대신 건당 마진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방어하고 있다. 대출 볼륨이 줄어드는 만큼 단위당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셋째, 금리 방향성의 불확실성도 한몫한다. 이투데이 등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현재 금리 인하와 인상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다. 유가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변수까지 부각되면서,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금리 방향이 불투명할 때,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기보다는 관망하는 경향을 보인다. 올렸다가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역마진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 강화가 만드는 이중고 — DSR·풍선효과·거래절벽
가계대출 규제는 대출자에게 이중으로 작용하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 비율) 규제로 빌릴 수 있는 금액 자체가 줄었는데, 금리까지 7%에 근접하면서 상환 부담은 더 커진 것이다.
네이트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부동산 규제 영향으로 중금리 대출(은행과 저축은행 사이 금리대의 대출) 실적이 86%나 급감했다.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2금융권으로 수요가 밀려나야 할 텐데, 2금융권마저 규제 여파로 대출을 조이고 있다. 녹색경제신문 보도처럼 마이너스통장(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빌려 쓸 수 있는 대출 계좌)이 막히자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규제를 피해 돌아가는 경로가 생길 뿐, 가계의 이자 부담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충청권 사례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중도일보에 따르면 거래절벽과 대출규제가 겹치면서 충청권 아파트 10가구 중 4곳 이상이 입주를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출이 안 되니 집을 사기도, 분양받은 집에 들어가기도 어려운 것이다.
금융당국의 대응 — 공시 압박은 있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금융당국도 예대금리차 확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거에도 예대금리차가 일정 수준 이상 벌어지면 금융감독원이 은행별 금리 현황을 공개하고 시정을 요구한 사례가 있다. 현재도 은행별 주담대 금리와 예금금리를 비교 공시하는 체계가 운영되고 있으며, 격차가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지도가 나올 수 있다.
다만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이 직접 금리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의 자율적 결정 영역이기 때문에, "금리를 내려라"라고 강제하기는 어렵다. 결국 공시 압박과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은행 입장에서도 수익성과 건전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중이라, 당국의 압박만으로 금리 구조가 단기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
한 가지 참고할 점은 은행별로 주담대 금리 차이가 꽤 크다는 사실이다. 같은 조건이라도 은행에 따라 0.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흔하고, 예금금리 역시 마찬가지다. 금리 비교 없이 주거래 은행만 고집하면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대출자와 예금자, 지금 할 수 있는 것
대출자 입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갈아타기(대환대출)다. 2023년부터 시행된 대환대출 인프라 덕분에 은행 간 주담대 이동이 이전보다 수월해졌다. 금리가 7%에 육박하는 시점이라면, 0.3~0.5%포인트라도 낮은 은행으로 옮기는 것이 연간 수십만 원의 이자 절감으로 이어진다. 변동금리에서 혼합형(일정 기간 고정 후 변동으로 전환되는 구조)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연준의 금리 방향이 불확실한 만큼, 당장의 금리가 조금 높더라도 일정 기간 고정하는 쪽이 리스크 관리에 유리할 수 있다.
예금자 입장에서는 특판 예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은행들이 기본 예금금리는 낮게 유지하면서도, 신규 고객 유치나 특정 시기에 맞춰 특판 상품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 일반 정기예금 대비 0.5~1%포인트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금리 비교 플랫폼을 통해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권의 예금 상품도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예금자보호 한도(1인당 5,000만 원)를 고려해 분산 예치하는 것이 안전하다.
네이트 보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경우 징벌적 대출 제한 조치 이후 오히려 수신(예금)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예금금리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규제가 역설적으로 예금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낸 사례로 볼 수 있다.
예대금리차, 앞으로 지켜볼 두 가지
첫째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이다. 연준이 금리 방향을 열어둔 상태에서 한국은행도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 만약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먼저, 그리고 더 빠르게 내려가는 것이 통상적 패턴이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 예대금리차가 오히려 더 벌어질 수 있다. 반대로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 예금금리도 어느 정도 따라 올라갈 여지가 생긴다.
둘째는 금융당국의 규제 강도다. 가계부채 비율이 GDP 대비 88.6%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완화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예대금리차가 지나치게 벌어져 소비자 불만이 커지면, 당국이 예금금리 인상 유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은행 수익성과 소비자 보호 사이의 균형점이 어디서 잡히느냐가 관건이다.
현재의 예대금리차 확대는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금리 불확실성, 대출 규제, 은행의 수익 방어 전략이 겹쳐 만들어낸 구조적 현상이다.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대출자와 예금자 모두 적극적으로 금리를 비교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상품을 찾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