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미·이란 2주 휴전으로 국제유가가 4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엇갈린 메시지가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밤사이 글로벌 시장
간밤 글로벌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유가였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WTI 원유 선물은 16% 급락해 100달러선을 반납했다. 4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장중에는 한때 19%까지 밀리기도 했다. 중동 전면전에 대한 공포가 한꺼번에 빠지면서 위험 프리미엄이 대폭 축소된 결과다.
뉴욕 증시는 휴전 소식에 급등 마감했다. 전쟁 장기화 우려에 눌려 있던 투자 심리가 일시에 반등한 모습이다. 같은 날 공개된 연준 3월 FOMC 의사록은 금리 인상과 인하 양방향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내용이었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긴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전쟁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로 완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공존했다. 의사록은 양방향 모두에 '강력한' 근거가 있다고 명시했다.
원·달러 환율은 오늘 아침 1,478.83원으로 전일 대비 1.37원 내린 수준에서 출발할 전망이지만, 여전히 1,500원 근접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환율 부담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가 급락만 보면 전쟁 위기가 해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현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휴전 발표 직후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완전 봉쇄하며 유조선들이 강제 우회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루 4척만 통과를 허용하고, 허가 없이 통과하는 선박은 격파하겠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통과 유조선에는 암호화폐로 통행료를 징수하겠다는 방침도 발표됐는데, 그 금액이 척당 약 30억 원 수준이다.
반면 백악관은 "호르무즈 재봉쇄는 사실이 아니며, 통행료 공동 징수는 아이디어 단계"라고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통행료를 미·이란 합작 사업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비쳤다. 휴전 합의의 실효성을 놓고 양측 메시지가 정면으로 엇갈리는 셈이다. 태국 선원 3명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망한 사건까지 확인되면서, 현장의 긴장감이 휴전 선언과 별개로 여전히 높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늘 한국 시장 주목 포인트
한국의 원유 중동 의존도는 67%에 달한다. 2주라는 짧은 휴전 기간 안에 공급망을 재편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휴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에너지 공급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
코스피는 전일 5,872.34(+377.56포인트)로 강하게 반등하며 마감했고, 코스닥도 1,089.85(+53.12포인트)로 동반 상승했다. 유가 급락에 따른 물가 안정 기대와 휴전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다만 호르무즈 재봉쇄 이슈가 재부각될 경우 에너지·운송 관련 종목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한국은행 차기 총재 후보인 신현송 BIS 경제자문역이 "중동발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며,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점이 눈에 띈다. 다만 한국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을 함께 내놓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마지막 금통위에서는 7연속 동결이 유력하지만, 일부에서 '연내 인상'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환율은 1,478원대로 소폭 하락 출발이 예상되지만, 1,500원 근접 수준이 유지되면서 보험업계의 환헤지 비용과 킥스(K-ICS) 부담이 이중으로 가중되고 있다. 가계의 환전·해외 결제 부담도 여전한 상황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미 반영된 원자재·물류 비용 상승분이 쉽게 내려오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가격이 묶인 상태에서 비용만 치솟는 '가격-비용 가위'에 식품기업들의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오늘 예정된 이벤트
유가 급락 이후 에너지 관련 정책 대응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는 비상경제 대책본부를 가동해 유가·물가 상승에 총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지자체 단위의 긴급 생계비 지원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한은 금통위 일정과 신현송 후보자의 인사청문 과정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벤트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3월 가계대출이 3.5조 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상호금융권 주도의 주담대 확대 흐름이 규제 당국의 추가 조치로 이어질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마무리
유가 16% 급락이라는 숫자만 보면 중동 리스크가 해소된 것 같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완전 재봉쇄와 통행료 징수라는 이란의 카드, 이를 합작 사업으로 전환하려는 미국의 셈법, 그 사이에서 원유 수입의 3분의 2를 중동에 기대고 있는 한국 경제가 놓여 있다. 2주라는 시계가 째깍거리는 동안 유가 방향성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오늘 시장은 유가 급락의 수혜를 누리되, 호르무즈 헤드라인 하나에 흔들릴 수 있는 불안정한 균형 위에 서 있다는 점을 함께 인식해야 할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