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미-이란 2단계 휴전 중재안 소식에 유가와 환율이 급락하며 코스피가 73포인트 반등했고, 방산주와 에너지·건설주가 극명한 온도차를 보인 하루였다.
글로벌: 미-이란 '2단계 중재안' 수령, 호르무즈 해협 긴장 완화 조짐
오늘 시장을 뒤흔든 핵심 변수는 미국과 이란이 '휴전 후 종전 합의'를 골자로 한 2단계 중재안을 수령했다는 소식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란은 결사항전 의지를 내비쳤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까지 꺼내 든 상태였다. 이란 언론이 "하루 15척, 허가를 받아 호르무즈를 통과한다"고 보도하면서 해상 물류 차질 우려가 극에 달했던 시점이다.
그런데 중재안 수령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반 급락했고, 금융시장 전반에 안도 심리가 퍼졌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흑해 봉쇄를 해결한 경험이 있다"며 호르무즈 문제에도 외교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혀 기대감을 더했다.
다만 이란 혁명수비대 정보수장이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지면서, 휴전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금속 파생상품에 25% 일괄 관세를 부과한 것도 변수다. 가전·자동차 부품 쪽 원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 코스피 5,450 회복, 방산주 약세·정유·건설주 강세
코스피는 전일 대비 73.03포인트 오른 5,450.33으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16.38포인트 상승한 1,047.37을 기록하며 양 시장 모두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다. 미-이란 휴전 중재안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 급락 → 원화 강세 → 외국인 매도 압력 완화라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종목별로는 뚜렷한 명암이 갈렸다. 중동 지역 건설·엔지니어링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는 삼성E&A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휴전 시 중동 복구·인프라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S-Oil 등 정유주도 강세를 보였는데, 정유업체 입장에서는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정제마진(원유를 사서 석유제품으로 팔 때의 이익 폭)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방산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등 주요 방산주가 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동 긴장이 완화되면 방산 수출 모멘텀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KODEX 방산 ETF도 같은 흐름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책: 부동산 '이중 설계' 시동, 거래는 풀고 투기는 조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의 밑그림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핵심은 '거래 정상화'와 '투기 억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이중 설계다.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 혜택 확장을 검토하는 한편,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도 투기성이 확인되면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규제지역 내 주택 수천 채가 연내 시장에 풀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다주택자 대출 연장을 사실상 차단하면서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구조다. 보유세 개편도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 재편 움직임이 감지된다.
시장 반응은 세대별로 엇갈린다. 청년층에서는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심리가, 장년층에서는 "규제 강화 전에 팔자"는 심리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서울 외지인 매수는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 강남권 쏠림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은행권은 주담대(주택담보대출) 총량이 줄자 기업대출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생활 경제: 유가 급락에도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
오늘 유가가 급락하긴 했지만, 그간 누적된 중동 전쟁 여파가 생활 물가를 이미 끌어올린 상태다. 닭고기와 비료용 요소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국제기구와 주요 투자은행들이 일제히 한국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철강업계도 전기료 부담이 가중되면서 국회에서 '철강 전력비 감면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한국은행의 다음 금리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에서는 추경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치열하다. 여당은 "과감한 재정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추경이 물가를 자극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부를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카드·캐피탈 업계가 고유가 민생지원으로 주유·교통비 한시적 추가 할인을 내걸었지만, 소비자 체감도는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내일 주목할 것
첫째, 미-이란 2단계 중재안에 대한 양측 공식 반응이다. 이란이 수용 의사를 밝히면 유가는 추가 하락하고 방산주 약세·건설주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면 호르무즈 봉쇄 리스크가 재부각되며 시장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둘째, 부동산 규제 후속 조치 구체화 여부다.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제한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되는지에 따라 부동산 시장 심리가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