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이 '선별 개방'이라는 애매한 상태로 전환되면서 시장이 긴장하고 있는 건 한동안 지켜봐왔다. 그런데 최근 바브엘만데브 해협마저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 조합은 좀 무섭다. 호르무즈가 원유의 대동맥이라면 바브엘만데브는 우회로 역할을 하는 핵심 혈관인데, 두 곳이 동시에 불안해진다는 건 원유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에너지 관련 종목을 관심 목록에 넣어두고 있던 터라, 이번에 대체 수송로와 유가 시나리오를 좀 꼼꼼하게 찾아봤다.

대형 유조선이 항해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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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원유는 어디로 다니나 — 해상 수송로 의존도의 현실

원유 운송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지금 전 세계 원유가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 알아야 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중동 산유국들이 페르시아만에서 원유를 내보내는 거의 유일한 출구라고 보면 된다. 사우디, 이라크, UAE, 쿠웨이트 등에서 나오는 원유가 이 좁은 해협을 거쳐 아시아와 유럽으로 향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관문이다. 전 세계 원유 운송량의 약 10~12%가 이 해협을 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으로 가려면 반드시 바브엘만데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 해협이 막히면 수에즈 운하도 사실상 무력화된다. 두 해협을 합치면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30% 이상이 위협받는 셈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더 민감한 문제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대부분이 중동에서 오고, 이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수송로 리스크는 곧 경제 리스크라고 봐야 한다.

바브엘만데브가 막히면 생기는 일 — 우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컨테이너 화물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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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가 불안하면 바브엘만데브를 거쳐 수에즈로 우회하면 되지 않나 싶을 수 있다. 하지만 바브엘만데브마저 차단되면 남은 선택지는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가는 것뿐이다. 이 우회 경로는 기존 수에즈 루트 대비 운송 거리가 대폭 늘어난다. 대략 15~20일 정도 추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되더라.

운송 기간이 늘어나면 단순히 시간만 문제가 아니다. 유조선 한 척이 바다 위에 더 오래 머문다는 건 그만큼 가용 선박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같은 양의 원유를 운반하려면 더 많은 배가 필요해지고,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가 치솟는다. 2023~2024년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당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던 기억이 있다. 당시 주요 해운사들이 희망봉 우회를 선택하면서 운임이 급등했었다.

여기에 보험료 문제도 있다. 분쟁 해역을 지나는 선박의 전쟁위험보험료는 평시 대비 수십 배까지 뛸 수 있다. 이 모든 비용은 결국 원유 가격에 전가된다. 운송비 자체가 배럴당 몇 달러씩 추가되면, 이미 높아진 유가 위에 추가 프리미엄이 얹어지는 구조다.

육상으로 우회할 수 있을까 — 송유관의 가능성과 한계

해상 루트가 막히면 육상 송유관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몇 가지 경로가 존재하긴 한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횡단 송유관(East-West Pipeline, 일명 페트로라인)이다. 페르시아만 동쪽 유전에서 홍해 연안의 얀부 항까지 연결되는 이 파이프라인은 최대 하루 약 500만 배럴을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현재 가동률은 50%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가동률을 올려서 호르무즈를 우회할 수 있지만, 문제는 바브엘만데브가 막히면 얀부에서 출발한 유조선도 홍해를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바브엘만데브 차단 시나리오에서는 이 송유관마저도 완전한 대안이 되기 힘들다.

사막 지대에 설치된 산업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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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의 아부다비-푸자이라 송유관(ADCOP)도 있다. 이 파이프라인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오만해 쪽 푸자이라 항으로 원유를 보낸다. 처리 용량은 하루 약 150만 배럴 정도인데, UAE 전체 수출량을 감당하기엔 부족하다. 이라크도 터키 제이한 항까지 연결되는 키르쿠크-제이한 송유관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라인은 정치적 이유와 시설 노후화로 안정적 가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리하면, 육상 송유관은 '보완재'일 뿐 해상 수송을 대체하기엔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유가 하루 약 1,700만~2,000만 배럴 수준인데, 기존 송유관 전부를 풀가동해도 절반도 채우기 어렵다.

유가는 얼마나 오를까 — 과거 사례로 본 시나리오별 추정

유가 폭등이라고 하면 대체 어느 정도까지를 말하는 건지, 과거 사례를 좀 찾아봤다.

1987년 이란-이라크 전쟁 중 벌어진 '탱커 전쟁' 당시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들이 공격받으면서 유가가 약 50% 상승한 적이 있다. 2019년 9월 사우디 아람코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았을 때는 하루 만에 유가가 약 20% 급등했다. 당시 사우디 원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는데, 시설이 비교적 빠르게 복구되면서 유가도 다시 안정을 찾았다.

이번 상황에 대입하면, 호르무즈만 선별 개방인 시나리오에서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배럴당 10~15달러 수준 추가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더라. 여기에 바브엘만데브까지 차단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겹치면,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30~50% 이상 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이건 극단적 시나리오이고, 실제로 두 해협이 동시에 완전 차단되는 상황은 발생 확률이 높지 않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꼬리 위험(tail risk)을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유가가 이 정도로 뛰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할 것 같다.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는 경상수지를 악화시키고, 이는 원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진다. 원화가 약해지면 에너지 수입 비용은 더 올라가는 악순환 구조가 되는 셈이다. 예전에 유가가 크게 올랐을 때 정유주와 에너지주를 사볼까 고민했던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타이밍을 잡기가 생각보다 어렵더라.

중국·인도의 움직임과 에너지 공급선 재편

석유 시추 시설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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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중국과 인도의 대응이다. 이 두 나라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데, 해상 수송로 리스크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두 나라 모두 러시아산 원유 도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산 원유는 북극항로나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 가능하기 때문에 중동 해상 수송로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이 흐름이 계속되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지도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중동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면, 중장기적으로는 중동산 원유의 아시아 프리미엄이 변할 수도 있다. 물론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서방의 제재 이슈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 단순하지는 않지만, 에너지 안보라는 절박한 과제 앞에서 각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지켜볼 만하다.

한국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공급선 다변화는 오래된 숙제다. 최근 코스피가 5,377포인트대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리스크가 시장 전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은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투자자라면 주목할 포인트 두 가지

이번 이슈를 정리하면서 개인적으로 두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첫째, 유가 관련 포지션이다. 유가 상승에 베팅하고 싶다면 KODEX WTI원유선물 같은 ETF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원유선물 ETF는 롤오버 비용(선물 계약 교체 시 발생하는 비용)이 있어서 장기 보유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단기 이벤트 대응에 더 맞는 상품이다.

둘째, 에너지 안보 수혜주다. 해상 수송로 리스크가 커지면 조선·방산 섹터에도 간접적인 수혜가 있을 수 있다. 해군력 강화, 호위함 수요 증가 등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KODEX 조선이나 TIGER 조선TOP10 같은 ETF로 섹터 전체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제로 현실화될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전에 비슷한 지정학 이슈에 급하게 뛰어들었다가 이슈가 빠르게 소강되면서 손절한 경험이 있다. 이런 이벤트성 투자는 욕심을 줄이고 짧게 가져가는 게 맞다고 본다.

결국 바브엘만데브 리스크는 단순한 지정학 뉴스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내는 사건이다. 당장 내일 해협이 막히지는 않겠지만, 이 구조적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느냐 없느냐가 포트폴리오 대응력을 가르는 차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